설렘 한자락 캐리어에 담고, 미지의 세상을 향하여 지구 반대편으로 11시간 날아갔다.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천사의 도시LA로 가다보면 지나는 화물기차를 자주 보게 된다. 기차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물류운반중심수단인 기차칸수를 백여 칸 넘게 매달고 간다. 기차 길이가 길다 보니 중간에 기관실을 서너 칸 정도 매달아 앞으로 밀며 밀며 산을 넘고 대륙을 횡단하여 달리어 가고 간다.
한인다운타운이 밀집해 있는 LA에 가면 먼저 파란하늘을 선물로 받게 된다. 비행기가 금시 하늘을 가르고 퍼레이드를 펼쳤는가 보다. 파랑과하양의어울림, 어디나 흔한 비행운마저 시선을 끄는 것은, 지나치게 하늘이 파래서 일게다. 켈리포니아주에 속한 LA는 지중해성 기후라 연 강수량이 300m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1,2,3월에 모두 내려 버리고 만다. 하여 여간 비 오는 날이 없고 온도변화가 적다.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파란 로스엔젤리스의 하늘가로 시원한 바람이 지나다닌다.
붐비는시장안의 노상카페
산타모니카해변 야자수무리 너머 태평양이 일망천리다. 햇살과 닿은 비취색수평선은 하도 눈부셔 선글라스 없인 조망할 수 없다. 해변으로 길쭉하게 조성된 산타모니카거리엔 선데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하늘까지 날고 싶은가 보다. 오토바이족 젊은이들은 비상을 준비하고, 비키니차림여성도 보인다. 그들은 깨진 유리더미를 맨발로 밟는 위험한 묘기를 거저 구경하지 않는다. 경제 국민답게 모자에 돈을 집어넣는다. 그들은 잘 웃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집시가족에게 일 달러를 주니 사진을 찍으라며 환하게 웃는다. 걸인들까지 밝은 인상일 수 있는 건, 일 년 내내 일정한 온도와 환하게 이어지는 지중해성 날씨가 주는 여유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재래시장 비슷한 먹자골목 노상카페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앉은뱅이 의자 하나면 족한 야외에 빼곡하게 앉아 그들은 먹고 먹는다. 이곳은 냉장 패티 '인앤아웃 버거'가 유명하다. 햄버거와 함께 나오는 코카콜라는 기가 눌리게 양이 푸짐하다. 감자튀김역시 양이 엄청나 먹고 먹어도 줄질 않아 거의 남기게 된다.
비버리힐즈 로데오거리
명품거리 '비벌리 힐즈 로데오거리'를 지나 세계영화의 산실 스타의 거리로 가니, 그리운 여인 마릴린먼로가 맨스 차이니즈극장 대형현수막에 엎드려 환하게 웃는다. 스타의 거리는 월드스타들 핸드프린팅이 극장 앞의 길에 새겨진 것이 유명하다. 안성기, 이병헌씨 흔적도 찾아냈다. 해마다 아카데미시상식이 열리는 돌비극장이 있는 할리우드 거리는 영화에 대해 환상을 가졌던 것에 비하여 평범하다. 그린피스 조망 탑에서 보는 할리우드사인이 내가 서있는 이곳이 할리우드거리임을 실감케 한다.
로스엔젤리스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트렘열차를 타고 명화들을 찍었던 야외스튜디오 로케이션 현장을 돌아보았다. 테마공원으로 차별화 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센터에서는 영화를 그대로 재현한 라이브공연과 다양한 체험시설, 그리고 스튜디오투어를 즐길 수 있다. 배를 타고 강을 따라 가다 흑암 속 강물위에서 보트가 폭포로 떨어지며 물벼락을 맞으니 깜짝깜짝이다. '백 투더 퓨처' 주인공이 벼락을 맞았던 건물, '싸이코'를 찍었던 모텔, '글래디에이터'에서 러셀크로우가 싸웠던 광장, 초록괴물 그린치의 앙증맞은 마을, 쥬라기 공원에서 보았던 폐허 건물을 볼 수 있다.
투어 중 'Stage'라고 적힌 창고로 들어갈 때는 흥분할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문이 닫히고 어두워지자 체면에 걸린 듯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면서, 앵커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헬기가 바로 눈앞에서 추락하며 화염이 치솟는다. 비명이 끝나기도 전 거대한 킹콩이 잡아먹을 듯 달려든다. 폭파된 콰이강의 다리를 건너자 죠스가 공격한다. 미이라 Stage를 지날 때는 벌레들이 뿜어내는 진액도 맞아야 한다.
라이브공연장으로는 '워터월드' 재현이 인기 만점이다. 워터월드의 위험한 항해를 스턴트배우들이 직접 나와 고스란히 연기를 재현한다. 설렘으로 시작한 미국 서·동부 횡단 관광 첫날은 종일 서프라이즈였다. 아름다운 땅 그곳! 천사의 도시 LA하늘가로 어둠이 내린다. 마음은 이미 내일 이어지는 꿈의 도시 라스베가스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