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과 촛불문화제

2008.06.29 20:38:40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일부에서는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고, 지역에서는 생활 공간 속으로 확산되고 있다.

촛불집회가 시민단체나 문화센터 등에서 주최하는 문화행사에 등장하면서 촛불문화제로 변하고 있고 거리를 돌며 시가행진까지 변하고 있다.

더욱이 국민들이 자신의 승용차와 집에도 깃발을 내걸고 쇠고기 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시민단체와, 노동자, 학생, 시민 등이 중심이 돼 개별적으로 촛불문화제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등 촛불문화제가 확산될 전망으로 있다.

시민들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참가자가 줄어들자 촛불문화제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시민들이 동네의 작은 행사에서도 자율적으로 촛불문화제를 개최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8일부터 29일 새벽까지 열린 서울 도심의 '1박2일' 촛불집회는 시위대와 경찰 간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피해자가 속출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날 집회는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진압봉을 활용하는 등 지난 5월초 촛불시위가 시작된 이래 가장 강경한 방식의 진압작전으로 전환했고 시위대 역시 깃대 등으로 거칠게 저항했다.

경찰과 시위대가 차벽 사이로 '물대포'를 주고 받는 동안 물병과 모래가 담긴 플라스틱병 또는 숟가락, 쓰레기 등 갖가지 물건이 양측 사이를 날아다녀 마치 80년대 시위현장을 방불케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시위대가 30∼50㎝ 길이의 물총에 까나리액젓과 식초 등을 담아 차벽 너머 전경들에게 쏘는가 하면 경찰도 돌멩이와 손목 두께 크기의 건전지, 모래가 담긴 물병 등을 시위대를 향해 던지면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 시민들이 작은 쇳덩이에 맞아 이마가 찢어지거나 눈부위에 둔탁한 물체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전의경들의 피해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진압에 나선 한 경찰은 시위대가 휘두른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함몰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등 이날 촛불시위로 30여명의 전.의경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일부 시위대는 망치로 경찰 살수차를 부수는 등 과격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1980∼90년대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 섰던 386 세대들도 다시 깃발을 들고 시위에 참가했고 이명박 대통령 얼굴과 '명박산성' 문구가 그려진 가로 100m, 세로 15m짜리 대형 플래카드를 태평로 양쪽 가로수 사이로 걸어놓은 뒤 양쪽에서 잡아찢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집회에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과 퇴근길 직장인들, 하이힐을 신고 나온 젊은 여성, 50대 장년층 등 일반 시민들도 참가해 도로 곳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이명박은 물러가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 구호를 따라 외치기도 했다.

촛불문화제가 일부 시위대의 폭력이 이어지자 경찰은 강경대응으로 맞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이번과 같은 폭력시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또 집단폭력을 가한 사람들은 이미 시위군중이 아니라 폭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의 잘못된 정책과 외교행위에 이의를 제기하고 항의하는 집회는 비폭력, 평화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경찰도 과잉진압은 폭력시위를 낳을 수 있는 만큼 공권력도 과잉진압을 피해야 한다.

시위대나 경찰 모두가 우리 국민인 동시에 가족이다.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불쌍한 행태는 버려야 한다. 시위문화도 세태의 변화에 따라 변해야 하고 진압방식도 변해야 한다.

모두가 자성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촛불문화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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