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부강나루 풍경사진
석양을 깃 폭에 걸고…. 황포돛배가 강물에 유유히…. 어디론가 떠가는…. 그림 같은 풍경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서정을 불러 아련한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畵題 '자연-추억 금강부강나루' 작품실경 옛 청원 '부강'의 강을 찾아갔다. 왜 나는 아직도 이곳에 오면 눈물이 나는 걸까…. 나루가 있었던 나의고향 금강, 엄마 품속같이 아늑하고 따뜻한 곳, 강 주변에 지천으로 깔려 올라오는 파란물쑥 향기, 그윽한 흙냄새, 어릴 적에 다슬기 잡고 놀던 부강의 금강은 꿈길에서도 차마 잊지 못한다.
대청댐이 들어오면서 미루나무도 자갈도 은빛모래도 사라졌다. 강물을 가로 지르고 나있는 낯선 철재다리위에 섰다. 세종특별시 고층아파트들이 멀리 즐비하게 보인다. 거대한 아치형의 붉은 다리가 근대화의 상징인 냥 예술적 자태를 맘껏 뽐낸다. 흐르는 물처럼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거부할 수 없는 물결처럼 밀려오는 변화의 대열에서 낭인의 심정이 되어 타임머신을 타고 유년 시절로 달려간다.
강으로 가는 소녀들이 보인다. '부는 피리소리 랄랄랄라 ~' 딸랑딸랑 주전자에 돌을 넣어 흔드는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간다. 아이들손에는 다슬기를 잡아 담아올 주전자가 하나씩 들려져 있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과 인사하며, 단무지 밭을 지나고 땅콩 밭을 지나면 밀밭이다. 이어서 미루나무 숲을 지나고, 실크처럼 부드럽고 결 고운 백사장을 지나면 거울같이 비치는 강이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줄맞추어 서있는 은색미루나무들처럼 우리들 꿈도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뻗는다.
따가운 햇살아래 걷느라 송송 돋은 땀을 강바람이 닦아준다. 주전자를 내동댕이치고 옷을 입은 채로, 바람을 안고 우린 강으로 뛰어들었다. 강을 방석삼아 앉으니 풍선처럼 치마가 부푼다. 부푼 치마 사이로 다리를 파닥이며 물장구를 친다. 풀꽃으로 만든 시계를 강물에 앉은 우리 쪽으로 던지고 도망쳤던 남자애…. 강물엔 시계가 둥둥 떠가고, 물속에선 물고기들이 퍼덕거리며 놀고, 수면엔 철새와 오리 떼가 놀았다. 풀꽃은 누구에게 던진 것일까. 그 애는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있을까.
금강의 부강나루는 과거에 물류운반중심지였다. 조선시대엔 서해에서 잡은 새우젓과 소금배가 이곳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소금 배들이 나들던 길목을 중심으로 장터와 주막 등이 번성했었다. 종래 부강까지 작은 배가 소항하여 내륙수로로 크게 이용되어 왔으나 호남선의 개통, 자동차교통의 발달로 그 기능을 상실하였다. 1980년에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홍수방지, 관개용수(灌漑用水)확보는 물론이고 댐을 중심으로 대전·청주·천안 등의 도시가 크게 성장하며 금강물의 수효가 크게 늘어났다.
자연-추억(금강부강나루)
장지에 먹, 수간채색 91*65.2cm
화제( 畵題) '자연-추억 금강부강나루' 박천숙작가는 청원출신으로 안산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 무궁화개인전을 열어 무궁화화가로도 유명세가 있는 그의 그림세계는 대상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예찬 한국화채색작가다. '어릴 적에 놀던 나의 고향부강이 세종특별시로 바뀌었다. 4대강 소식을 접하고 금강풍경이 더 모르게 변모해 갈 것 같은 초조함에, 강변구석구석 다니면서 사진에 담고 가슴에 담았다. 드로잉 북에 한국적인 소재를 넣고 한국적인 색을 가미하여 부강나루의 옛 풍경을 회상하면서 봄의 느낌으로 장지에 먹·분채로 표현하였다.'고 작품설명을 한다.
황포돛배가 나들던 은성(殷盛)했던 부강나루옛날이여!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몽돌들과 모래들은…. 처녀뱃사공이 살 것 같은 강 건너 함석지붕 집은…. 지류가 합류하여 물이 휘돌아,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의 용댕이, 그곳을 내려다보던 고아한 정자, 어디로 갔을까. 추억의 돛을 달고 다슬기 잡던 가까운 옛날을 지나, 소금배가 나들던 먼 옛날로 떠났던 금강부강나루그림여행은 감동과 그리움이었다.
/ 임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