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다. 단순히 분야를 압축시켜 금융과 부동산 분야만을 살펴볼 때 서민들의 고충이 시간이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서민들의 민생과 관련해 다양한 분야에서 각종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아직까지 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대한민국은 초저금리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침체를 활성화 시키고, 경제활동을 조금이나마 부추키기 위해 진행된 정책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얻어지는 사회 현상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시중의 돈을 경제활동에 끌어들이는 효과를 비롯해 기업들은 이런 자금을 싼 이자로 빌려쓰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고용창출에도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동산 임대사업 측면에서보면 서민들을 옥죄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부동산임대사업에서는 전세시장이 큰 걸림돌 없이 시장을 끌어왔다. 전세시장은 매매시장 턱밑까지 쫓아올 정도로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맥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월세의 공습'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월세시장은 순식간에 전세시장을 초토화 시켰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전세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월세시장을 활성화 한 장본인들은 집주인들이다. 이들은 은행권의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지자 은행 이자수익을 포기하고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상의 방법으로 월세를 택했다.
서민들은 전셋값이 매매가 턱밑까지 차오르자 더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집주인이 원하는 월세를 수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세는 서민들 집마련을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 전세는 일단 없어지는 자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 자금이 밑받침이 돼 작은 집이라도 마련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하지만 월세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계속 낭비되는 돈이다. 30~50만원의 월세는 연간 400~600만원을 허공에 날려버리는 셈이다.
집주인들의 횡포는 임대소득 과세를 피하기 위해 또다른 방편을 하나 마련했다. 반전세 계약 후 월세료는 신고하지 않는 방법이다.
월세의 경우 통계에 잡히지 않는 거래가 더 많다. 올 들어 임대소득 과세 등의 여파로 계약 과정에서 추가된 보증부 월세 등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월세가 누락된 사례가 더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무보증 월세는 아예 집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보증부 월세의 경우 보증금을 떼일 우려 등으로 신고를 하지만 무보증 월세는 확정일자 없이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집계에서 누락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정책 관계자들도 월세가 전세 비중을 훨씬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토부가 조만간 발표할 '2014년 주거실태 조사'에서도 월세 가구수는 전세를 처음으로 앞지를 전망이다. 2012년 조사 결과 전국 월세는 368만4천820가구로 전세(383만4천565가구)보다 14만9천745가구, 주거형태별 거주 비율로는 0.2p 적었다.
올 들어 2차례 기준 금리가 인하되면서 월세 전환에 가속도가 붙었다.
임대시장에서 월세의 공습은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꾀하는 부동산 투자 시대가 종말했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여기에 사회 경제적인 요인도 꼽히고 있다.
1~2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12년 통계청의 가계복지조사 결과 월세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34%, 2인 가구는 24%로 나타났다. 정부정책과 사회현상들이 빚어낸 특징치고는 서민들의 고충이 너무 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내년 상반기께 정부는 기준금리를 더 인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파장은 또 어떤 현상으로 나타날 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