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봉'인가…공무원연금·의정비 논란에 대해

2014.11.13 14:53:19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공무원 연금과 지방의원 의정비를 보면 "국민은 '봉'인가"란 생각이 든다.

두 가지 다 '돈'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갈등이 쉽게 조정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뜻하지 않게 이들 안건이 공론화되거나 결정되는 과정에 개입할 기회를 가졌다.

안행부가 전국을 돌며 여는 '공무원연금개혁 국민포럼'이 공무원노조원들의 실력 행사로 4차례나 무산되면서 국민과 공무원 사이의 '감정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오후 2시부터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정부세종청사 1동에서 열린 2차 포럼에 필자는 언론계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석했다. 민간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정부청사인 데다,평일 낮 시간이어서 그런지 방청객 200여명은 대부분 공무원이었다. 명색이 '국민포럼'인데 왜 하필 이런 곳에서,이 시간에 여는 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날 포럼 분위기는 정치권과 정부가 주도하는 공무원 연금 개혁안에 대한 성토장 같았다. 발언 내용으로 볼 때,상당수 토론자는 국민 혈세로 충당되는 공무원 연금 적자의 심각성은 애써 외면하려는 듯했다. 필자는 "연봉이 많은 중앙언론사에서 20여년간 국민연금을 냈는 데도 앞으로 10년 후 매월 받을 연금이 140만원으로,공무원 연금 수령자 최하위 40%에 해당된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은 자신이 내는 세금이 자신보다 공무원에게 노후 혜택으로 더 많이 돌아가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민간인들의 상대적 박탈감 해소가 연금 개혁의 포인트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공무원 방청객은 "공무원은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기여금을 더 내기 때문에 연금을 더 받는 건 당연하다"며 "과거에 낮은 보수를 참고 헌신한 공무원에게 이제 와서 재정 문제를 모두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공무원은 박봉에 시달리고 근무 환경이 나쁘기 때문에 이직률이 30%나 된다는 등 근거가 희박한 발언도 다른 곳에서 나왔다.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 등 고위 공무원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이 불가피하다며 국민 여론을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중심이 된 중하위직 공무원들은 수 만명이 서울 여의도에 모여 단체행동을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국민 세금에서 나가는 지방의원 의정비도 공무원 연금과 사정이 비슷하다. 의정비 얘기가 나올 때마다 대다수 지방의원은 "금전적 대우를 잘 해줘야 일을 잘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7월 임기를 시작한 현 의원들의 4년간 의정비 결정을 둘러싸고 전국 곳곳에서 진통이 벌어지고 있다.

필자는 이번에 세종시 의정비심의위원으로 위촉돼 두 차례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출석 위원 9명 중 필자 등을 제외한 5명이 "의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내년에는 올해 공무원 봉급 인상률(1.7%) 수준으로 올려주자"는 안건에 찬성했다. 하지만 이 안건은 의결 정족수(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 미달돼 결국 '동결'로 결정됐다. 세종시의회의장은 이에 앞서 모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세종을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의회의 평균 의정비(월 455만원·현재는 350만원)는 돼야 직업정치인으로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해,주민 여론과 큰 괴리를 보였다.

지난해 기준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공무원연금이 219만원,국민연금은 84만원이었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재직 중 부담률이 소득의 7%로 국민연금(4.5%)보다 높기 때문에 더 가져가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양자 간의 실제 수령액이 부담률보다 차이가 훨씬 더 큰 게 논란의 본질이다. 공무원이 더 가져가는 돈은 결국 혈세를 내는 일반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1991년 '무보수 명예직' 신분으로 시작됐다가 현재는 유급직인 지방의원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직업의 겸직이 허용되면서도,월 350만원 (광역의원 기준)이 넘는 의정비가 부족하다고 돈 타령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 나라 경제가 여전히 어렵다. 이 나라에서 국민에 대한 봉사자(公僕·Public Servant)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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