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이 매년 널뛰기를 하고 있다. 2010년엔 포기 당 1만2천원까지 올라가더니, 올해는 1천원까지 떨어졌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등락폭이다.
올해 김장용 배추는 유례없는 풍작을 거뒀다. 생산량이 평년보다 적게는 8만1천t, 많게는 18만6천t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기온과 강수량이 유지돼 작황상태가 좋고,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4% 늘어난 까닭이다.
엄청난 공급량은 배추값 폭락으로 이어졌다. 최근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추 10㎏(1등급) 도매가격은 2천원대 중반에 지나지 않는다. 농협 충북유통에서 판매되는 포기 배추의 값도 1천680원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보다 많게는 21.1%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급안정을 위해 당초 10만t에서 5만t을 늘려 긴급 수매한다는 방침이다. 10a당 71만원, 포기당 300원 남짓을 줄 테니 배추를 시장에 내놓지 말고 산지에서 폐기하라는 조치다.
충북에서도 괴산지역에서만 100곳 이상의 농가가 배추밭을 갈아엎었다. 벌써 수년째 반복되는 현상이다. 정부는 또다시 과학적인 채소 수급 조절에 실패했고, 값싼 수입 농산물 유입과 사회전반의 김치 소비 부진이 배추값 폭락을 심화시켰다.
그렇다고 이제와 책임론을 거론해봤자 별다른 실익이 없다. 당장 농민들의 아픔을 보듬는 게 급선무다. 온 나라를 혼란에 빠트렸던 2010년과 2011년의 배추파동을 다시는 겪어선 안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김장을 넉넉하게 해서 주변 사람과 나눠 먹으면 된다. 그나마 값싼 배추를 사 직접 김장을 담그겠다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고 하니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예부터 우리는 국민의 아픔을 또 다른 국민의 힘으로 극복했다. 안타깝지만 이번에도 그래야 할 듯싶다. 이맘때면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들을 보며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농협 측이 뼈저린 교훈을 얻길 바란다. '배추전쟁'은 올해가 마지막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