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부터 잘 지킵시다

2014.05.22 15:16:20

30년 가까이 주로 사회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대한민국 땅에서 일어난 각종 대형사고를 참 많이 봤다. 사고들은 30대의 현장기자로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1990년대에 주로 일어났다. 경기도 일산에 살던 1992년 7월 31일에는 지방으로 여름휴가를 갔다가 집으로 가던 중 '삼복 무더위의 엿가락'처럼 늘어진 신행주대교를 바로 옆 행주대교를 지나가다 우연히 목격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공사 중이던 다리가 무너진 것이었다.

2년여 후인 94년 10월 21일에는 성수대교의 상부 트러스(truss·지지 구조물)가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다리위를 달리던 승합차 1대와 승용차 2대가 트러스와 함께 한강으로 추락, 17명이 다치고 32명은 죽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난 것은 이로부터 불과 8개월 후인 95년 6월 29일이었다. 사망 502명, 부상 937명, 실종 6명에 재산 피해액이 2천700억여원이나 된 엄청난 사건이었다.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국민들은 공무원들을 탓했다. 그러면 정부는 "후진국형 인재(人災)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라며 법석을 떨었다. 국민 의식은 후진국이었지만,한국은 "하면 된다"는 60년대식 성장 지상주의가 먹혀들면서 96년에는 마침내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에 가입했다. 그러나 삼풍백화점 사고가 난 지 19년이란 세월이 흘렀는 데도 지난 4월 16일 '후진국형 인재'인 세월호 사고가 터져 수백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됐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란 속담처럼,따지고 보면 큰 인재는 국민들의 사소한 마음에서 출발한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교통규칙을 잘 지키고,평소 주위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은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큰 사고가 날 개연성이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사소한 법이나 질서를 어기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들도 한결같이 정부나 남들을 탓하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기자를 더욱 슬프게 한다.

세종시 조치원읍에 4년째 살면서 가장 자주 '열 받는' 경험은 차량을 운전할 때 한다. 아침마다 수영장을 오가며 조치원여중 뒤의 경사진 삼거리를 지나다 보면 방향지시등(깜박이등)을 켜지 않은 채 우회전하는 차량이 대부분이다. 상대편 차량이 직진하는 줄 알고 일단 정지해 있다 다시 출발할 때의 허탈함은 자주 분노로 바뀐다. 겨울철에 길바닥이 얼었을 때는 일단 정지 후 출발하다가 차가 뒤로 밀리는 아찔한 경험도 여러 번 했다.

도로교통법 상 방향지시등 켜기 위반 행위는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형' 또는 과태료로 처벌하게 돼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단속하는 경찰을 본 적이 없다.

기자를 열받게 하는 경우는 수영장 안에서도 흔하다. 아침 7~8시에는 수영장 입장객이 많아 샤워장이 매우 붐빈다. 그런데도 매일 아침 샤워장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한 달만에 처음 사우나에 간 사람처럼 길다란 타월로 때를 박박 미는 사람이 상당수다. 출근시간 때문에 초조해하는 주위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

기자는 10년전인 2004년 개인 블로그에 '썬팅(틴팅)차량에 할말 있어유!'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수십 건의 인신공격성 덧글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그런데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주장하는 운전자가 늘면서 단속이 느슨해졌기 때문인지 최근에는 틴팅 차량이 더욱 많아졌고, 농도도 짙어졌다. 며칠 전 세종시교육청 주차장에서는 틴팅 차량 피해를 봤다. 급하게 차를 빼려고 했지만,기자 차량 앞에 직각주차된 차량의 문이 잠겨 있고 운전자 전화번호는 찾을 수 없었다. 10여분 후 여유있게 나타난 운전자에게 항의하자 그는 "여기 전화번호 있지 않는냐"라며 되레 역정을 냈다. 알고 보니 틴팅이 짙은 검은 색 차량의 앞유리 구석에 깨알같은 볼펜 글씨로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정부나 남탓은 이제 그만하자. 나부터 사소한 질서나 법을 잘 지키자.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도 같은 생각으로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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