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사라진 지방선거

2014.03.06 15:34:14

중앙 정치권이 시끄럽다. 출발은 야권에서 시작됐다. 지난 2일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즉 새정치연합이 제 3지대 창당을 선언했다. 무슨 3·1절 거사를 치루듯 양당 간 합당이 추진됐다. 불과 3일전 윤여준 의장은 충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사후보를 반드시 공천하겠다"고 장담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정당지지율이 요동쳤다. 전국적으로 40% 초반의 새누리당에 25% 정도의 새정연, 10%의 민주당 등 '3강구도'가 갑자기 새누리당과 통합신당 간 오차범위 내 접전이 벌어질 정도의 박빙의 구도를 만들었다.

비단 이번 뿐이 아니다.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의원의 '아름다운 양보'가 이뤄지자 지지율 5%대에 그쳤던 박원순 현 시장은 여당의 나경원 후보를 전광석화처럼 제압했다.

새정치의 의미를 논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새누리당의 새정치, 민주당의 새정치, 새정연의 새정치 모두가 '그 나물에 그 밥'이기 때문이다.

초조해진 새누리당은 거물급 인사 차출론으로 맞섰다. 차기의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7선의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인 김황식 전 총리도 서울시장 출마를 결정했다.

5선의 남경필 의원도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역시 인천시장에 출마한다. 원희룡 전 의원은 제주지사에 출마할 예정이다.

수도권의 '빅매치' 구도짜기가 금명간 충청권으로 옮겨질 전망이다.

중원에서 각각 '3승 1패'를 이루지 못하면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용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야당은 오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까지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야가 사활을 건 혈투(血鬪), 즉 죽음을 무릅쓰고 치열한 싸움을 준비하면서 이번 선거가 지방선거인지 국회의원 또는 대통령 선거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국민들도 온통 중앙정치에만 관심을 갖는다.

지방선거는 지역을 위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인물을 뽑는 선거인데, '박근혜 심판론'과 '지방정부 심판론'이 충돌하면서 마치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의 '2라운드'를 보는 것 같다.

도내 예비후보들도 마치 국회의원 선거처럼 움직인다. 지방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연구하며 정책을 개발하지 않는다. 오로지 상대방 헐뜯기에 분주하다.

충북의 역사를 바꿔 놓은 KTX 세종역 논란만 보아도 그렇다. 어떤 예비후보는 달랑 성명서 한장 발표하고 관심을 끊었다. 아예 이 문제를 침묵으로 일관하는 예비후보도 적지 않다.

야당 소속 한 기초단체장은 아예 KTX 세종역 신설문제만 부각시킨다. 세종역 신설보다 더 심각한 서대전역 경유 주장에 대해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같은 당 소속 대전시장 예비후보의 서대전역 경유 공약에 대한 언급 회피로 해석된다. 대전·충남의 '들러리'를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으로 불거진 복지 사각지대 문제도 예비후보들에겐 남의 일이다.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는데도 우리 지역의 복지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는 예비후보가 없다.

충북 경제자유구역, 오송역세권, 청주국제공항활성화 등 핵심 성장동력에 대한 문제점 파악 및 대안제시도 없다. 어떻게 도지사가 되고 통합시장이 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한심하다.

지방선거는 지방선거다. 지역 정책을 발굴하고, 비판과 반론 등 건전한 토론과정을 통해 지역의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국회의원 또는 대통령 선거를 흉내내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 역시 두 눈 부릅뜨고 예비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야 한다. 유권자의 힘이 지역을 바꾸고, 충북의 몫을 되찾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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