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선거활동이 빚어낸 불편

2014.02.27 16:21:26

우후죽순(雨後竹筍). 비가 온 뒤에 솟는 죽순이라는 뜻의 이 말이 요즘처럼 실감 나는 일도 드물 것이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은 인물 홍보 현수막으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현수막이 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도심의 중요 사거리에는 선거용 현수막으로 뒤덮인다. 짧은 시간에 도시 미관은 물론이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충북의 수부도시 청주는 선거를 90여일 앞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심 곳곳이 선거 출마 예비 후보자들의 현수막으로 뒤덮이고 있기 때문이다.

각 정당의 공천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예비 후보들이 자신들의 얼굴을 알리는 데 필요한 행위임에도 많은 사람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죽순이라면 갖은 양념으로 묻혀 내 먹을 수도 있지만, 저 수많은 현수막은 쓸모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예비후보들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도심 주요지점을 선점하기 위해 비싼 돈을 내고 있다.

이렇게 각 후보의 얼굴이 그려진 초대형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우후죽순 내걸리면서 다시 선거용 현수막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교육감,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등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불붙은 선거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예비후보들의 현수막 전쟁도 덩달아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당 간 예비후보들의 경쟁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당 공천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각 정당 예비 후보마다 선거 첫 번째 관문인 당내 공천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절절한 마음이 반영돼 앞 다퉈 '명당(?)'자리 선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예비 후보 당사자들의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기는커녕 반대급부로 불만에 찬 냉랭함이 표출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런 일들이 선거 때만 되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들도 분명히 알고 있다. 시민들의 불만 어린 시선과 닫아버린 민심을 알고 있을 터이지만 과감하게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처럼 예비 후보들이 도시미관 등을 해친다는 따가운 눈총에도 초대형 현수막을 제작하는 것은 현행 규정상 선거용 현수막 크기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초대형 현수막이 홍수를 이루기 시작한 것은 2005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현수막 등 선전벽보의 크기 제한이 사라진 탓이다.

과거 선거법은 광역단체장의 경우 간판은 200×50㎝, 현판·현수막은 40㎡, 그 외 선거 입후보자는 현수막이 2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었다.

하지만 선거를 공개적인 축제분위기로 유도한다는 선거관리위원회 방침에 이 같은 크기제한 등이 사라지면서 선거용 현수막은 난립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이런 불편을 선거가 끝날 때까지 감수해야만 한다. 보기 싫어도 봐야 하고, 눈만 돌리면 이곳저곳에 나붙은 이들의 이름과 사진이 시선 속으로 들어온다. 많은 사람이 외친다.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수막 게시에 대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이다.

선거운동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이 결국 대다수 국민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등 거의 2년에 한 번꼴로 선거를 치른다. 그 사이에는 재선거와 보궐선거도 심심찮게 벌어져 '선거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 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국민들의 불편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도 선출하고, 국회의원들도 뽑는데 정착 국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단 한 사람의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위정자들이 국민의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

선거도 결국 국민의 손에 의해 치러진다. 국민들의 불편을 모른 체하면서까지 선거운동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할지도 곱씹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불편을 국민들의 편익으로 만들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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