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들의 한숨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2013.12.05 19:19:09

충북지방경찰청 소속 총경 3명이 옷을 벗을 처지에 놓였다.

지방청 한 곳에서 3명의 총경이 그것도 최근 두 달 사이에 좋지 않은 일로 물러나는 일은 60년 경찰역사이래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는 경찰내부는 물론이고 지역에도 엄청난 파장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3명의 총경은 각기 다른 이유로 위기를 맞고 있다. 두 사람은 성추문과 관련해 한사람은 인사 문제로 각각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3명 모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재판을 통해서든, 다른 어떤 방법으로든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기자도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 이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왜냐하면 다수의 정직한 경찰관들이 이로 인해 입을 피해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지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밤늦은 시간, 유흥가가 밀집해 있는 청주시 흥덕구 복대지구대와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충북대학교 인근 사창지구대를 가보면 기자가 왜 이들의 명예회복을 바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술주정뱅이에서부터 싸움짓거리로 잡혀온 철없는 젊은 녀석들까지 지구대는 매일밤 도떼기시장이다. 성질 같아서는 한 대저박고 싶은 심정이지만 인권이 뭔지. 이들을 태우고 온 순찰차는 술 냄새에, 가래침까지 온갖 오물로 악취가 진동한다. 쓸고 닦는 일은 경찰관 몫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명감으로 묵묵히 일하는 경찰관이 대다수다.

이런 이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사복경찰관들은 또 어떠한가. 여론에 뭇매를 맞으며 도주한 강도, 절도범 등을 검거하기 위해 몇날 며칠 집도 못 들어가고 전국 곳곳을 헤매는 일이 부지기수다. 업무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로 위장약을 먹는 경찰관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전언이다. 어렵게 사건을 해결해도 당연한 일이 돼버린다. 동료끼리의 덕담이 전부다. 밤늦은 시간 동료와 기울이는 소주한잔에 위로를 얻는다.

이런 이들의 한숨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날이 춥건 덥건 비가내리건 상관없이 흙먼지, 매연 자욱한 거리에서 차량들의 원활한 흐름을 유도하고 노약자를 보호하는 교통경찰관들의 사기도 꺾고 싶지 않다.

바쁜 일상에도 시간을 쪼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공부를 가르치는 경찰관과 자비를 들여 범죄피해자 가정과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경찰관들의 노력이 이들의 문제로 저평가되거나 폄하되지 않길 바란다.

이제 더 이상 몇몇 사람들의 문제로 경찰조직 전체가 욕을 먹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찰관 개개인이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더 청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회질서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우리는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뭐라도 생기면 나눠 가졌다. 잘살든 못살든 우리는 넉넉한 마음을 가졌었다.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그렇게 서로를 보듬으며 살았었다.

성장하면서 이런 소중한 것들은 잊혀지고 있다. 경쟁사회에서 우리는 상대의 아픔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페어플레이 정신도 없어졌다. 매사가 나만 잘되고 보자는 식이다. 인사시즌만 되면 '나부터'라는 심상으로 이곳저곳에 줄 대기에 혈안이 된다.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하는 경찰관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질서를 확립하는 일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경찰관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그 사회는 죽은 사회나 다름없다. 자체 제도개선을 통해 더 이상 비상식적인 일들이 경찰조직 내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찰관이 바로서야 사회가, 국가가 바로 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최대만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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