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다음달 30일에는 이번 선거에서 선출된 299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18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임기 시작에 앞서 정치권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잘 새겨 국정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려면 투표율이 기록적으로 낮게 나온 것부터 정치인들이 깊이 자성할 필요가 있다.
중앙선관위가 전국적으로 실시된 18대 총선의 투표율을 잠정집계한 결과, 총 선거인수 3천779만6천35명 가운데 1천739만3천51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역대 총선 사상 가장 낮은 46.0%를 기록한 것이다. 충북은 전국평균보다 다소 높은 49.3%의 투표율을 보였다.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유권자들이 ‘너희(정치인)들 마음대로 하라’식의 정치 냉소주의가 어느 정도나 팽배해져 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투표율의 급락은 아무래도 정치권 내부 문제에서 그 최대 원인이 있다 하겠다.
분명한 것은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이번 선거가 오히려 유권자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대선 후 4개월만에 치러진 이번 총선은 각 당의 공천심사가 늦어진데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모두 공천과정에서 잡음과 갈등이 심해 선거 보름 전에야 공천이 끝났다.
개혁공천이 용두사미로 끝난 데다 총선용으로 급조된 정당이 난립해 유권자들은 후보와 정당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안정론’과 ‘견제론’이 진부하게 치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사실 선거기간동안 여야간 대치점은 한반도 대운하 정도였다. 이는 곧 유권자들의 정치 냉소주의 심화로 이어졌다.
현행 선거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부재자 투표는 선거일보다 며칠 앞서 치러지는데 선거 전날까지도 돌발적 변수가 있기 때문에 부재자는 그만큼 선택에 대한 정보가 차단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투표자체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어서 후보들에 대한 거부의 의사표시로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소극적인 기권보다 적극적 거부권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제안도 제시된다. 예비후보제와 1인2표제 도입 또한 적잖은 문제점을 나타냈다.
유권자들도 자성해야 한다. 역대 최저 투표율은 선거의미는 물론 정당정치와 의회정치의 위상 추락을 자초한 셈이다.
사실 이번 총선은 주권자인 국민의 뜻보다는 날씨가 승패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 후보의 능력과 정당의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날씨에 따라 투표를 결정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각 정당과 언론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날씨가 어느 정당에 유리한가를 분석한 기사가 잇따른 점에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정치가 바로서고 우리나라를 바꾸는 힘은 유권자의 투표행위다. 국민이 투표하지 않는 사이 엉뚱한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주권자의 민의가 왜곡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직결되는 법률과 정책이 결국 부메랑이 돼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선거결과는 국정의 주도권과 의회권력의 상관관계에 직접영향을 미친다. 결과에 따라 국정운영과 주요 정책의 향배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기권보다 직접 투표해 주권자의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후보자나 정당의 시각을 넘어 국민이 원하는 정책과 기대하는 의회상이 무엇인가를 이번 총선에서 투표를 통해 반드시 보여 줘야했다. 하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은 ‘선택할 후보가 없다’는 식의 이유를 들어 이번 총선에서 투표행위를 자체를 포기했다. 반면 궂은 날씨 속에 치러진 이번 총선에도 고속도로 통행량은 다른 휴일의 평균 통행량과 비슷했다 한다. 많은 국민들이 나들이에 나섰음을 가늠케 하는 것이어서 씁쓸케 했다.
4·9총선을 마친 지금 누굴 탓하기 이전에 유권자와 정치인 모두가 자성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희망하기에 늦은 적은 없고, 절망하기에는 언제나 이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