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체육 변화만이 살길이다

2013.10.31 19:28:47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이 경영자의 필독서로 각광을 받은 적이 있다. 책 속의 주인공인 두 마리의 생쥐와 두 명의 인간은 자그마한 미로 속에 갇혀 치즈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치즈 창고를 찾아냈다.

생쥐들과 인간들은 환호하며 눈앞의 치즈를 즐겼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 시점에서부터 서서히 현실에 안주하면서 새로운 치즈를 찾기 위해서 미로를 헤매기보다는 창고에 들어앉아 치즈를 즐기는 쪽을 선택했다. 반면 생쥐들은 여전히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새로운 다른 치즈를 찾기 위해 미로 속을 헤집고 다니는 노력을 했다. 어느 날, 인간들과 생쥐들이 처음 찾은 치즈 창고의 치즈를 모두 소비해 치즈가 바닥나고 말았다. 인간들은 그곳에 주저앉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무의미한 질문을 하면서 체념하고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치즈 창고를 찾아 움직이던 생쥐들은 망설임 없이 자신들이 이미 찾아 둔 치즈 창고를 향해 나갔다는 것이 이 책의 줄거리이다.

충북은 지난주 폐막한 '94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출전한 17개 시·도 가운데 종합 8위의 성적을 거뒀다. 충북은 24년(1989년 종합 9위) 만에 10위권 진입이라며 크게 기뻐했다. 그러나 선수, 지도자들은 그렇게 기뻐할 일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쟁 시·도의 예상외 부진으로 얻은 결과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역시 실력이라고 기자는 말하고 싶다. 요행을 바라며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선수, 지도자는 없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다보면 행운도 따르는 법이다. 우선 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럼에도 크게 기뻐할 일은 아니라고 말한 점은 충북체육의 열악한 환경은 거의 변한 게 없는데 이번 깜짝 성적으로 정책결정자들이 너무 고무돼 있기 때문이다. 늘 반복되는 얘기지만 인구 150만명 이상의 도 단위 지역 중에 국제대회나 전국체전을 치를 수 있는 1종 공인종합경기장이 없는 곳은 아마도 충북이 유일할 것이다.

30~40년 된 야구장을 비롯해, 실내체육관, 수영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보수공사로 누더기가 돼 버린지 오래다. 동계종목을 위한 시설은 아예 없다. 창피한 일이다. 이러고도 전국체전 종합 8위를 당당히 기뻐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설마 체육을 과거 개인의 신체활동으로만 생각한 나머지 체육분야에 이처럼 투자가 인색한 게 아닌지 의문스럽다. 종합운동장, 수영장, 야구장, 빙상장, 축구장을 전문체육인들만 사용하진 않는다.

동네 조기축구 회원부터 물을 무서워하는 초등생의 수영강습까지 의지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가능하다. 충북지역 등록 생활체육동호인은 18만2천명에 달한다. 비등록 생활체육인까지 합하면 무려 47만~48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미 체육은 과거 신체활동에서 복지, 경제, 교육, 문화, 일자리 창출 등의 개념으로 진화한지 오래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충북지역 정책결정권자들은 과거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느껴지니 답답하기만 하다.

전문체육인 육성 역시 한심하기만 하다. 충북도교육청의 사례를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학생부 성적은 일반부 성적처럼 10위권 밖을 맴돌았다. '지·덕·체'를 이념으로 7~8년 전 우수선수 육성 및 학교체육환경 개선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불과 5년도 안 돼 성과가 나타났다. 최근 4년 연속 전국소년체전 종합 3위, 전국체전 2년 연속 4위의 성적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학생부 성공의 비결은 투자와 연계육성에 있었다. 대학·실업팀 운영도 교육청의 경험을 배울 필요가 있다. 중복된 대학·실업팀 종목을 개편하고 불필요한 경쟁논리의 시·군간 도민체육대회를 시대에 맞게 민속경기를 늘리는 등의 지역축제로 개선하는 방향을 제안하고 싶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에서처럼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충북체육이 능동적인 자세로 변화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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