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내 탓' 리더십

2013.10.17 16:08:08

정쟁(政爭)에 지친 국민은 피곤하다. 유일한 낙(樂)은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 소속 류현진의 눈부신 활약을 지켜보는 일이다.

충청권을 연고로 하는 한화이글스의 소속이었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돌풍을 일으켰다. 정규리그 14승 8패에 방어율 3.0의 빼어난 성적을 보여줬다.

류현진은 뚱뚱한 몸매로 민첩성이 떨어질 것으로 평가받았다. 체력도 1년 내내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됐다. 그럼에도 그는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를 잇는 '쓰리펀치'로 우뚝섰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7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3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되자 미국은 물론, 국내 언론조차도 그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당시의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규정했고 감독과 팀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의 태도는 최근 국내 정치권의 행보와 180도 달랐다. 정치권은 지속되고 있는 불황의 늪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외면하는 '패거리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할 국정감사도 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 북방한계선(NLL)과 4대강 사업에 함몰된 채 정쟁으로 일관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그렇게 '자신의 탓'으로 돌렸던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와의 챔피언스리그 3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이라는 빼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당시 잭 그레인키와 클레이튼 커쇼를 출전시키고도 2패로 몰려있던 LA다저스는 류현진의 호투를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이어 18일 승리투수가 된 잭 그레인키와 6차전 선발로 예정된 클레이튼 커쇼(20일)에 이어 오는 21일 운명의 7차전에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속에서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갔던 국민들이 박찬호와 박세리의 승전보에 꿈과 희망을 가졌던 것과 같다.

류현진의 빼어난 성적은 두둑한 배짱과 '겸손의 미덕'에서 비롯됐다. 구속은 최고 95마일에 불과하다. 평균 구속도 92마일에 그친다. 100마일이 넘은 강속구 투수가 즐비한 상황에서 LA다저스 돈 팅리 감독도 '류현진은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과 함께 정확한 코너웍으로 챔피언스리그 3차전 7이닝 무실점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그것도 정규리그 19승으로 내셔널리그 다승왕을 차지한 세인트루이스의 웨인라이트와의 맞대결에서다.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매서니 감독도 류현진의 호투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웨인라이트 역시 "나는 지는 게 정말로 싫다. 오늘은 실투 몇 개만 줄였어도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류현진 호투를 인정했다.

우리 정치권은 칭찬에 인색하다. 모두가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한다. 최근 충북도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희대의 '도정질문 제한' 사건도 진행과정을 보면 마찬가지다.

민주당 소속 김광수 의장이 잘못했다. 그러나 사과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남은 도정질문을 포기하고 아예 장외투쟁에 나섰다.

이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국정운용이 독선적이라며 수개월에 걸친 장외투쟁을 벌었던 민주당의 행동과 다름없다. 마치 중앙 정치권의 정략적 행동이 도의회로 옮겨진 듯한 '데자뷰(deja vu)'로 보기에 충분하다.

류현진은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하고 있다. 정치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1승 3패의 벼랑끝에서 4승 3패로 월드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 류현진과 달리 당리당략에 함몰된 국내 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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