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바람(風)이다

2013.06.27 17:48:26

지방선거가 일년도 채 남지 않았다. 지방선거를 위해 뛰는 위정자들은 민심을 읽기 위해 바쁘다. 민심은 곧 당락을 좌우하는 바로미터이기에 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민심은 바람과 같아 쉽사리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바람은 곧 정치로 이어진다. 정치와 바람(風)은 민심과 늘 함께 했다. 민심의 흐름을 읽기 위해 정치권은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냈다. 하지만 그 민심을 제대로 읽는 이는 거의 없었다.

이제 폭풍과 같은 바람이 전국을 들썩이게 할 것이다. 민심을 읽는다는 바람은 정치를 하겠다는 위정자들의 입에서부터 비롯됐다. 그 입에서 나오는 바람은 또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왔다.

정치권의 바람은 추운 겨울 작은 산비탈에 벌거벗고 서 있는 나무가 속살을 드러내 찬 바람을 맞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 바람은 피한다고 피해갈 수 없는 바람이다. 특히 정치권의 바람은 나라와 국민을 동시에 매섭게 몰아칠 수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정치권의 바람은 순풍과 역풍을 맞았다. 태풍처럼 대한민국을 덮쳤던 안철수 바람은 통합이라는 명분아래 수면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지만, 4월 재보궐선거를 거치면서 또다른 태풍의 눈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간 기존의 정치권은 변화와 개혁을 외쳤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그 변화와 개혁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존재하지도 않는 '안철수 신당'이라는 바람에 폭풍처럼 휘말려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포인트는 역시 정당공천제 폐지가 큰 바람으로 작용할 것 같다. 하지만 태풍처럼 큰 방향은 일으키지 못할 것으로 국민들은 예측하고 있다. 아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위정자들이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것처럼 평온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기존 정치인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해답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지방선거는 정당의 입김에 좌지우지되고, 공천에 따른 후유증을 앓게 될 게 뻔하다. 공약은 일률적으로 똑 같은 방향에서 정해질 것이고,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 교육감,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정당(비례대표) 등을 구별해 내기 위해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또 이들로부터 무차별적으로 걸려오는 전화와 SNS메시지 등 선거공포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 후보들의 공약은 주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보다 마음을 아프게 할 지도 모른다.

이런 찬 바람은 피해가지도 못하는 바람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북의 최대 관심사는 이시종 충북지사의 재선과 통합 청주시장이 누가 되느냐로 귀결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바람이 민주당으로 쏠렸지만, 내년 선거에서도 똑 같은 바람이 불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최근 민선5기 충북호는 청주·청원통합,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 오송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의 성공 개최 등 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했다. 하지만 이 현안들 중심에는 상생과 협력보다는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역풍이 도정을 휩쓸었다. 충주에서는 경제자유구역청 본청을 유치하면서 충주에 주지 않으면 선거에서 불이익을 행사하겠다는 식의 으름장이 횡행했다. 이 지사를 향해 충주쪽의 으름장인 계속 이어졌다. 충북경제자유구역 가운데 하나인 충주 에코폴리스지구의 적합성 여부와 충주조정선수권대회 이벤트 등 크고 작은 일로 압력이 가해졌다.

하지만 지역불균형의 가장 피해지역인 남부3군과 북부지역 등이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어떤 말을 튀어나올 지 짐작이 간다.

이렇듯 정치바람은 순풍과 역풍을 동시에 내재하고 있다. 누구를 뽑아야 우리지역에 희망의 바람이 불까. 거센바람이 폭풍처럼 몰려올 것이다. 봄바람은 분명 아니다. 이제 광산에서 금광석을 캐서 용광로를 통해 금을 제련하듯이 투표로 잡석과 금을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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