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3월부터 5월까지 방영된 미국의 전쟁 드라마 '퍼시픽', 전작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감동을 뛰어 넘는 초대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5주년을 기념한 미니시리즈다.
세계 2차 대전 태평양 전선에서 일어나는 과달카날 전투, 남태평양 팔라우에서 글라우세스터 봄, 이오지마와 오키나와 전투를 실감나게 다뤘다.
'퍼시픽'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단연 '팔라우 전투'와 '이오지마 전투'다.
필리핀 남쪽 태평양 서부 끝에 위치한 팔라우는 해양 전문가들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바다다. 70여 개 섬들이 35㎞에 달하는 길이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락아일랜드가 최고의 절경이다.
'바다의 정원'이라는 찬사를 절로 나오게 하는 팔라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 전투기의 잔해가 녹슨 채 아직도 바닷 속에 잠겨 있을 정도로 당시 전쟁의 참화를 보여주고 있다.
가미카제(kamikaze)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한 일본군 특공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일본군이 점령하고 있던 필리핀에 연합군이 상륙하자 일본군은 연합군 진군을 막는 수단으로 가미카제 특공대를 편성했다.
조종사들은 천황을 위해 죽는 것을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해 연합군 함대에 동체(胴體)와 함께 부딪치는 무모한 공격을 실시했다.
팔라우 전투가 가슴 절절하게 느껴진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조선인 노무자 100여 명 이상이 희생된 장소라는 점이다.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지난 2012년 11월 "조선인 334명을 끌고 갔고, 이 가운데 45.2%인 151명이 현지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드라마 퍼시픽 팔라우 전투편에서도 일본군은 위안부로 보이는 임신한 여성의 등에 폭탄을 장착하고 투항을 위장해 연합군에 접근한 뒤, '크레모아'가 터지도록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폭탄이 터져 사망한 연합군보다 절규 속에서 죽어 간 임산부의 비명이 더욱 슬펐다. 일본은 그렇게 하늘과 땅에서 '자살 특공대'를 투입하는 등 반인륜적 만행을 저질렀다.
가미는 신(神), 카제는 바람(風)이라는 뜻으로 일본인들은 '신이 일으키는 바람'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가미카제'는 일본의 패망을 불러 온 '신의 저주'에 불과하다.
극우 민족주의자 아베의 '아베노믹스'가 '가미카제'에 버금가는 풍파(風波)를 일으키고 있다. 엔화를 많이 찍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아베노믹스'는 엔저 장기화를 불러왔고, 급기야 글로벌 경제질서의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가미카제'와 비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엔저 장기화는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불러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때 심각한 인플레이션(inflation)으로 이어져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일본 내 경제몰락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엔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원폭'에 버금가는 '신의 저주'가 될 수 있다.
'위안부=매춘부', '독도=다케시마',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으로 일본 내 극우세력의 충성을 유도했지만,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했고, 급기야 '도발엔 지원이 없다'는 한·미·중 3국의 일관된 원칙마저 무시한 채 김정은과 독자적인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아베의 자충수다.
상황이 이런데도, 몰지각한 일부 우리나라 국민들은 엔저를 기회로 일본 여행을 즐기거나 일본제품 사재기에 나서고, 일부 선출직들도 한·일 교류라는 명목을 앞세워 '묻지마 관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엔저로 국내 대일 수출업체의 비상경영이 지속되고, 대일 수출업체에 납품하고 있는 도내 중소기업들의 2·3차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음에도,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정부까지 앞장서서 노동생산성 악화를 불러오는 포퓰리즘적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과연 그들이 표를 위해 성장을 포기한 대가(代價)가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알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 위기에 강한 국민이 나서야 일본의 '엔저 가미카제'를 극복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 제2의 국산 장려운동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