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죽고 나 살자’ 총선 정국

2008.03.16 21:41:47

제18대 총선이 이제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혼돈과 배신의 계절이 또 다시 돌아 온 것이다. 대선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고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 개편이다 뭐다 해서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정치권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과 예비후보들은 각자의 갈 길을 찾아 중앙정치에만 골몰하는 사이에 시급한 민생과 지역 현안사업 챙기기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혼돈과 배신의 중앙정치 환경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도 자신의 정치적 생명연장을 위한 잣대대기 식 행보 또한 눈물겹다.

정치권은 이미 ‘너 죽고 나 살자’식 권력게임이 시작됐다. 권력 게임에는 구국의 차원, 정치 선진화 구현, 지역구도 타파, 역사정의 실현 등의 근사한 포장지가 동원되기 마련이다.

정치적 배신이니 철새니 하는 논란도 이어진지 오래다. 예비후보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노선을 달리하는 상대방을 배신자라고 공격하기 일쑤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에선 적이 된다.

하지만 배신의 주체와 객체가 모호해 누가 배신자인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크고 작은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한 후보 개개인의 이해관계만 있을 따름이다.

4.9총선 정국은 ‘가관’ 그 자체다. 공천 지연으로 정책선거는 이미 실종됐다. 여야 정치권이 총선 공천이 여전히 파행과 진통을 겪고 있다. 고성이 오가는 것은 물론 심사위원들의 보이콧도 예사다.

어차피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정당의 공천이라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이 공천을 질질 끄는 것은 애초부터 확실한 기준과 원칙이 없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 검증은 커녕 ‘인물’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게 됐다. 공천문제는 정당 내부의 문제일 수 있으나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은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천 지연은 유권자의 ‘후보 선택권’을 빼앗는 셈이다.

그 배경에는 ‘어차피 찍어줄 건데’라는 오만과 안이한 생각도 깔려 있다고 본다.

16대 총선의 경우 한나라당은 두 달전에 공천자를 확정했고 2004년 17대 총선(4월 15일)의 경우 3월 9일 후보가 확정됐다.

총선은 각 정당에서 후보를 내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장이다. 그런데 아직 후보조차 내지 않고 있는 것은 지역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공천은 정당의 선택이지 유권자의 선택은 분명 아니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총선정국에 휘둘리는 모습도 가관이다. 최근 충북지역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특정 총선주자를 지지선언하거나 보이지 않게 각 총선주자 캠프를 직접 방문하거나 친위조직의 직책을 맡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직 청주시의원 2명을 포함한 인사들이 한나라당 청주 흥덕을 모 예비후보 사무실을 자주 드나들며 전화 등을 통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정황이 포착돼 선관위가 조사에 나섰다.

통합민주당 보은·옥천·영동 선거구의 경우 이용희 국회부의장 낙천설에 남부권 3개 단체장들이 당원들과 함께 집단 탈당하겠다며 중앙당을 압박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강행, 선관위측으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았다.

지역 살림을 꾸려나가야 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되레 총선정국에 휘말려 본연의 업무수행을 뒤로 한 채 지역민간의 반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사기에 충분하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인들이 아무리 국가적 명분이나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정치적 행동기준은 선거 당선을 겨냥한 것이다. 대통령 잘 뽑아야 되지만 국회와 지방의회 권력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지역 국회의원 또는 지방의원 금배지를 위해 뛰는 사람들의 언동을 지금부터 제대로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 18대 총선 뒤 또다시 수원수구(誰怨誰咎: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랴)할 수 없지 않은가. 민심은 뒤로한 채 혼돈과 배신론만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의 말장난에 유권자들은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냉소나 무관심보다는 애정과 관심을, 일시적 ‘바람’보다는 출마자들의 인격과 자질, 정책비전을 깐깐하게 검증해 18대 국회를 이끌어갈 진정한 선량(選良)을 뽑는 것이 유권자의 의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