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출근길 발걸음이 무거웠다. 1년 내내 기자의 머리를 짓누른 청주상의 사태가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갔다.
경제부 기자들에게 청주상의는 최고의 출입처다. 이시종 지사가 도백(道伯)이라면 상의 회장은 경제 기관·단체의 수장(首長)이다. 경중을 따질 수 없을 무게감을 갖고 있다.
청주상의가 지난 1년 내내 갈등과 반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청주상의 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경제계의 문제이자 도민 모두의 숙제가 됐다.
상의는 거듭나야 한다.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만 몰두해야 한다.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충북도 등 유관 기관·단체까지 나서서 조기에 수습될 수 있도록 방법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경제특별도'를 건설하고, 신수도권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상의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부 회계자료와 신상정보를 외부로 유출시키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이는 지난 1년 간 지속된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오흥배 회장은 지난해 2월 28일 제21대 회장에 취임했다. 당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추대위원회까지 구성했고, 지역의 대표 어른인 정종택 충청대학교 총장을 위원장으로 모시기도 했다.
상의와 지역 경제계가 하나되는 모습을 연출했다. 당시 이태호 전 회장을 '명예회장'을 추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 회장은 '명예회장' 추대에 앞장섰다.
결과적으로 '명예회장' 추대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화합하지 못했고, 분란만 초래했다. 이 전 회장과 오 회장 모두가 감당해야 할 문제다.
한명수 사무처장의 부당전직 사건도 터졌다. 오 회장 추대를 주도했던 한 처장이 연구위원으로 발령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오 회장과 한 처장이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 회장의 책임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회장이라는 직책이 주는 책임감 때문이다.
쉽게 봉합될 수 있었던 문제가 꼬인 것은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한 처장의 '부당전직' 구제 신청에 대한 상식 밖 대응이 원인이었다.
충북지노위는 한 처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도 기회는 있었다. 오 회장은 화합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상의는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역 경제계의 소중한 자산이자 우리의 미래까지 이어져야 할 자랑스러운 공조직이라고 생각했어야 했다.
결과는 정반대로 이어졌다. 오 회장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 청구를 강행했다. 중노위가 '초심유지' 판정을 내린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
오 회장은 중노위 판정을 깨끗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9일 열린 상임의원 회의에서 오 회장의 포용을 촉구한 것도 엄중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는 21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상의 내부 회계자료와 개인 신상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 셈이다.
해당 자료가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 상의 안팎에서는 모두 짐작했다. 오 회장은 '내부 개혁을 위한 진통'이라고 정당화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은 '회장의 독선'으로 규정했다.
내분은 하루 빨리 수습돼야 한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오 회장과 부회장단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원인을 제공했던 간부들도 책임져야 한다.
9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상의가 상의 다운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도민들의 충정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我執)을 버려야 한다.
오늘 출근길 안개는 끼지 않았지만, 기자의 마음 속에는 컴컴한 먹구름만 잔뜩 몰려왔다. 상의 재건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마음을 비워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