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 그리고 통합 청주시 출범

2013.01.10 18:24:05

정치공학(Political Technology)은 정치의 기능을 체계화해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적 방법을 의미한다. 정치·사회 문제를 공학적 입장에서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메커니즘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생긴 학문이다.

정치공학의 방법은 여러 정치현상에 대해 컴퓨터나 여론조사 등의 계량적·통계적 방법을 사용해 데이터 베이스로 구축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해 정치현상을 파악하는 것은 인간의 생물적·심리적 요소, 즉 무브먼트(Movement)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만 보는 경향을 띠는 단점이 강하다.

흔히 선거에서 지나친 정치공학적 관점은 유권자인 국민을 기계로 만들어 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이 이렇게 하면 이 쪽의 표를 얻을 수 있고, 저렇게 하면 저 쪽의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공약을 남발하는 사례가 이에 해당된다.

지난해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나치게 정치공학적 이슈가 난무했다. 야당 후보는 물론이고, 여당 후보까지 포퓰리즘에 가까운 공약을 쏟아냈다.

선거만 되면 지역의 이슈를 공약에 반영시키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시내 곳곳에 플래카드를 걸어 놓고 여야 정치권을 압박하는 행태는 사라지기 어려웠다.

출마자 입장에서 볼때 경제성이 떨어지거나 중·장기적인 국가운용 시스템과 무관한 그런 주장들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었던 탓에 이번 대선 역시 성숙함이 떨어진 결과로 보아야 할 문제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10년 민주통합당은 민선 5기 지방선거에서 이시종 충북지사를 비롯해 한범덕 청주시장, 이종윤 청원군수 등 광역·기초단체장을 싹쓸이했다. 단체장 뿐만 아니라 광역의회, 기초의회 면면을 보면 충북은 하루 아침에 '야당의 성지'로 변했다.

2년 뒤 치러진 지난해 4월 총선에서는 총 8석의 국회의원 중 새누리당이 5석을 차지하고, 민주통합당은 흥덕 갑과 을, 청원군 등 3곳을 수성하는데 그쳤다. 반대의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야당의 성지'가 '보수 본능'으로 회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충북 민심(民心)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였다.

전국 대비 3%에 불과한 충북의 표가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화려한 미사여구를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전국 표심이 아닌 충북의 정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풍향계로는 활용가치가 높았다.

이 때문에 한때 충북의 2014년 지방선거는 뻔한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고, 그러한 예측은 아직까지 유효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 과정에서 야당 단체장이 주도하고, 여야 국회의원이 전폭적으로 지원한 청주·청원 통합시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민주통합당 입장에서 볼때 매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고 있다.

청주·청원 통합에 대한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총·대선 패배를 만회할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충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국의 주도권을 어떻게 잡아 갈 것인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청주·청원 통합은 2014년 지방선거 수성에 나서야 할 민주통합당 선출직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소재다.

이미 박 당선인의 인수위에서 충북 인사 홀대현상이 빚어졌고, 이런 추세라면 새 정부 조각에서도 충북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추세를 바탕에 두고 정치공학적 관점을 적용하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2014년 예비 주자들에게 청주·청원 통합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고, 도민들은 여야 정치권을 '충실한 일꾼'으로 부릴 수 있는 호재가 분명하다.

도민들에게 진정성을 다하고, 반대편을 끌어들이며 지역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누가 보여줄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그 시발점은 여야 정치권이 현재의 충북 민심을 무승부로 보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도민들의 눈과 귀가 여야 정치권에서 떠나지 않아야 한다. 지역발전을 위한 탁월한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벌써부터 2014년 지방선거가 잔뜩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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