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연간 1천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부는 팽개치고 아르바이트도 모자라 휴학과 자퇴를 밥 먹듯이 하고 있다.
또 졸업 후에는 등록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하면서 취업까지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대학생들이 혜택을 받아야 할 '반값 등록금' 정책이 '저소득층만, B학점 이상만...' 등의 조건이 따르는 차별 정책이 될 가능성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저소득층이 아닌 보통가정의 자녀들은 등록금을 감면 받을수 없고, B학점을 받지 못하는 학생은 등록금에서 차별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참으로 어슬프다.
정부가 꺼내든 '반값 등록금' 카드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기대와 함께 냉소가 엇갈리는 표정이다. 일부에서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표(票)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 하면 정부의 실현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등록금 문제는 대학에서 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 주로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로 이슈가 됐다. 한 가정에 두 명이 대학에 다닌다고 가정하면, 자녀 1인당 1천0만원씩을 매년 2천만원의 등록금을 지출하는 것은 중산층 가정에서도 부담이 된다.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국제비교를 해도 우리나라는 미국 다음으로 대학등록금이 높은 데다 대학의 대학의 재정 수입이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사립대학들 대부분은 재정의 50%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고 국고 보조를 받는 국·공립대학도 21%를 등록금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정책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추진과정에서 국민과 이해 당사자인 대학생, 대학, 학부모를 이해시키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등록금 부담 완화는 일정수준의 대학 경쟁력을 갖춘 대학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대로 시행이 된다면 지방 사립대에 진학하는 중산층 가정의 학생은 학자금 대출도, 반값 등록금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된다.
국가의 정책은 햇볕과 같이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아야 한다. 반값 등록금과 부실대학 퇴출이 별개의 사안으로 다뤄져야 한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제한 정책과 반값등록금 정책도 학생에게 지원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구조조정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충북 등 지방의 사립대들은 '반값 등록금'정책에 대해 불만이 쌓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반값등록금이 부실대학을 연명시킬 것이라는 논리로 부실대학 퇴출부터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부실(不實)의 정의는 '내용이 없거나 충실하지 못함'이다. 현재와 같이 수치에 불과한 몇 개의 지표로 부실대학을 선정한다면, 소규모 지방사립대학들은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히기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학자금대출제한대학으로 지목된 대학들은 충북을 비롯해 대부분 소규모 지방사립대학들이다.
이들이 부실대학으로 거명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는 대입 지원자 수가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수도권 지역의 대학 정원이 실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들은 지금도 정원외에 농어촌·실업계 특별전형과 특수교육대상자 입학을 늘려가고 있다. 사립대학들의 불만은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지방대학을 부실로 결정하지 말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의 질을 타당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방에 있다고 차별 받는 것은 취업에서도 행해지면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가 도입됐으나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고 올해 시행한 '등록금상한제' 역시 상당수 대학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막기 위한 '등록금심의위원회' 역시 심의기관에 불과해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반값등록금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재원을 확보해 반값등록금이 빠른 시일내에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1년에 1천만원에 달하는 대학등록금은 대학생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