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끝난지 2주일이 지났다.
한쪽에서는 승리의 축배를 들고, 한쪽에서는 패배의 쓴맛을 곱씹고 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한 결과였지만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의 명암은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다.
어찌됐든 모든 것은 민의(民意)의 선택이었다. 이제는 선거결과를 떠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된 단체장들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 주민을 위해 어떠한 정책을 펴 나갈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를 비롯해 도내 거의 모든 단체장들이 나름대로 정책기획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전임 단체장들이 추진해왔던 정책을 꼼꼼이 살피고, 앞으로 어느 부분에 역점을 두고 추진할 지 고심하고 있다.
모쪼록 주민들이 어디가 가렵고, 무엇을 갈구하는 지 말그대로 위민(爲民)행정의 확실한 틀을 다지길 기대해 본다.
다행히 당선자들이 생각하는 위민행정의 컨셉은 일단 바람직해 보인다.
단체장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눈높이 행정을 모토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는 도정 현안을 살피는 바쁜 일과중에도 육거리 재래시장과 수동 인력센터를 방문해 그 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서민들과 스킨십을 나누었다.
본인이 서민도지사를 자처한 만큼 그에 걸맞는 행정을 펴기 위해서는 실상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력시장에 나온 사람들과 요즘 일거리가 있느냐 애로사항은 없느냐고 살뜰하게 물었고, 재래시장을 찾아서도 상인들에게 장사가 잘되느냐고 묻는 등 친서민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종윤 청원군수 당선자도 한껏 몸낮추기로 주민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 당선자는 군수실 개방을 위해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고, 내달 1일 취임식도 별도의 행사없이 최소한 간소하게 치를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독특한 주문을 실무부서에 던져놓았는데, 새벽에 동행할 수 있는 운전기사를 배정해달라는 것이었다. 출근에 앞서 지역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군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행정체계를 통한 민심 수렴보다는 수장이 직접 보고 느껴야만 올바른 행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이 당선자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들 외에도 도내 대부분의 단체장이 주민을 섬기는 참일꾼이 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하니 적어도 민선 5기 출발선상에 선 단체장들의 기본 자세 만큼은 '목민심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목민관의 기본 자세는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
목민심서에서는 목민관은 백성과 가장 가까운 관직이므로 덕행·신망이 있는 적임자를 임명해야 하며 수령은 언제나 청렴을 생활신조로 명예와 재리를 탐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수령은 민중에 대한 봉사정신을 기본으로 국가의 정책을 빠짐없이 알리고 민의의 소재를 상부관청에 잘 전달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주민을 위하고 민심을 따르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지만 21세기 단체장은 주민에 대한 미래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당장은 일자리 하나 제공해 주고, 물건 팔아주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직접적인 혜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생산설비를 늘리고, 기업을 유치하는데에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사업은 당장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지역 주민이 모두 잘살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되는 만큼 단체장들의 현명한 판단과 접근을 기대해 본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야당 단체장이 취임하면서 내년도 예산확보가 지난할 것이라는 둥,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둥 우려섞인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는 점도 새겨들어야 한다.
모쪼록 준엄한 민의의 심판을 통해 민선 5기의 선장이 된 도내 13개 단체장들이 자신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지방자치를 실현해 주길 다시한번 촉구하면서 이들 모두가 4년뒤 박수받는 단체장이 되길 간절히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