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귀나 말보다 나을 때가 있다

2009.12.10 18:34:05

우리의 옛말에 '아침 굶은 시어미 낮짝 같다'는 말이 있다.

비가 오기 전 하늘이 시커멓거나 어두울 때를 비유해서 가르치는 말이다. 하늘에서 비가 오고 있을 때 며느리가 어린아이에게 젖을 물린 채 다림질을 하고 있으면 시어머니가 말을 건넨다.

'아가 할미가 업어줄까·'

이 말은 할미가 젖을 빠는 손자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데 빨래를 빨리 거둬들이라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하는 분부다. 며느리는 그 말을 알아듣고 빨래를 걷는다.

가정에서부터 국가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치'로 의사소통을 한다. 이것이 부드럽게 이어지면 빨래를 걷는 며느리처럼 행복이 이어지지만 어긋나면 불화가 생긴다.

며느리가 업고 있는 아이의 울음소리의 질과 시간과 때와 경우를 판단하면 며느리가 아이 엉덩이를 꼬집어 울린 건가 아닌가를 눈치로 알 수 있다.

이기용 충북교육감이 직원들을 향해 '화합'과 '단결'을 요구할 때는 간부직원들에게 무엇인가가 불만이 있었다. 성격상 불만을 직접 표출 못하는 이 교육감은 우회적으로 이를 표현했다.

이 교육감은 충북도의회의 상임위 출석요구건과 20억원대 국비사업 삭감 등으로 불편함 심기를 지난 1일에 이어 7일에도 '화합'과 '단결'을 강조한 것은 일부에서 교육계를 경시하는 풍조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교육감은 일련의 교육계 경시 풍조에 대해 '덩치가 크면서도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아이가 덩치 작은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했던 어릴적 기억이 있다'고 술회하면서 '도내 조직체 가운데 가장 큰 교육계가 다른 조직이나 단체로부터 경시당하는 원인은 교육계의 단합부족 때문이다. 본청 간부진부터 일선 학교 교직원들까지 폭넓은 대화로 화합을 이뤄야 한다'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덩치가 큰 아이는 충북교육계를, 덩치 작은 아이는 교육계를 괄시하는 외부조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교육감은 이 같은 소회를 지역교육장 과 교장단들에게도 밝혔다.

이 교육감이 교육계 경시풍조를 언급한 것은 충북도의회가 도교육청이 국비 20억원을 유치해 추진하고 있는 '옥산 단설유치원' 사업에 대해 도의회가 예산을 삭감하고 도의회 행정감사 당시 A의원이 '교육감기 체육대회' 참가를 사유로 불출석한 교육감을 빗대 '강가에서 하릴없이 노니는 처량한 교육감'으로 비하한 것 등이 원인이 됐다.

이외에도 지난달 있었던 음성의 학교 행사장에서 B의원이 발언한 '피아노' 발언과 제천의 C도의원의 무리한 요구(내용연수가 3년이 남은 교실의 개축) 등도 원인이었다는 지적이다.

물론 도교육청이 다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의 교육감 출석요구는 1개월전에 있었다. 도교육청의 간부직원들은 교육감의 행정감사장 출석이 지금까지 없었던 이례적인 것이었다면 도의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무리없이 해결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옥산단설유치원 설립도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추진을 했으면 해당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반발없이 수용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도의회도 일부 의원의 교육감출석요구를 사전에 조율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밀고 나간 것도 문제가 있었고 일부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고교의 개축요구를 한 것도 앞뒤 생각없이 한 것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마음을 깨치고 아픈 구석을 보듬고 달래줄 센스가 필요하다.

모든 것을 시어머니가 해 줄 수는 없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잘 모시면 불협화음은 없어질 것이다.

이제 도교육청이 할 일은 시어머니의 마음을 받아들여 충북도의회와의 화해와 융화다.

며느리들이 앞장서서 시어머니의 불편한 마음을 헤아리고 해소해주어야 한다.

충북도의회도 도교육청과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충북교육발전을 위해 교육계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동반자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도교육청 간부들은 '눈'이 '귀'나 '입'보다 더 많은 말을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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